제1장. 문데. 새로운 시작
SSV의 집결령은 조용히 시작되었다.
한 줄, 두 줄. 그리고 곧 전장이 살아 움직였다. 집결에 참여하는 인원들의 이름이 연달아 명단에 새겨질 때마다, 문데는 마치 피부 밑으로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짜릿한 전율을 느꼈다.
3초 만에 열 명,
30초 후엔 열다섯,
1분이 지나기도 전에 스물다섯.
이것은 단순한 집결이 아니었다.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가, 망설임 없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일.
그것은 동화 속 이야기나 전설 속 무용담 속에나 있을 법한 일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했던 일들이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자신 역시 언제든지 설 수 있었다.
문데는 문득, 처음 몸을 담았던 연맹 TOV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곳에서도 그는 지휘관이었다.
언제나 부지런히 작전 채널을 정비하고, 집결령을 띄웠다.
하지만 수십 번의 외침에도, 회신은 없었다.
회신이 없어도 그는 기다렸고, 기다림 끝에 늘 홀로, 벙커를 향해 돌진하곤 했다.
한참 기다리다 보면 동료들이 하나 둘 들어오곤 했지만, 그들과의 짧은 시간은 목마른 그의 갈증을 해소하기엔 언제나 아쉬웠다. 그가 기억하는 그의 전장은 언제나 메말랐고 외로웠다.
그런데 지금, 이곳은 달랐다.
너무나 다르다.
참여 명단이 빠르게 차오르고 있었다.
문데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게… 진짜 연맹이구나.”
마치 누군가가 등 뒤에서 등을 토닥이는 듯한 착각. 누구도 그를 방치하지 않았고, 누구도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명단이 가득 찼다.
그것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메말라 있던 마음속 어딘가에서 가득히 찰랑거리는 소리가 났다.
이곳이었어. 내 갈증을 채워줄 곳은.
문데는 고개를 들고, 전장의 가장 앞자리에 스스로를 세웠다.
그제서야, 땅을 딛고 선다는 감각이 또렷하게 되살아났다.
목숨을 건 싸움이 결코 두렵지 않은 이유는,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