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맹게시판

93서버 SSV이야기 두번째

[174] ︻l▄▅▆▇◤MUNDE
2025-04-07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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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대원수 고고. 예감

 

1위 연맹. SSV의 연맹장.

그리고 모든 연맹이 선망하는 베를린 성채를 차지하고 있는 대원수 고고는, 손에 든 지휘봉을 조용히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은은하게 빛바랜 그 봉은, 고고와 셀 수 없이 많은 전장을 함께 지나온 상징이었다. 

그는 그것을 쥘 때마다 잊지 않으려 했다.

자신이 이 자리에 선 이유와, 여기에 남은 책임을.

 

고고는 다른 이들이 모르는 비밀 하나를 갖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 93차원은 처음이 아니었다. 

그는 이미 이전의 차원에서 수없이 많은 전장을 지나쳤다. 그리고,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차원을 찾고 있었다.

 

그는 전장을 바꾸는 힘은 없었다. 명월처럼 압도적인 화력을 가진 것도, 죽음처럼 혼자서 전선을 휘저을 능력도 없었다. 

하지만, 고고는 전쟁을 이해하는 자였다.
승리를 이끄는 흐름, 패배를 부르는 실수—
그 모든 경로를 이미 지나왔고, 
마침내 93차원을 선택했다.
그리고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SSV를 세워 올렸다.​

 

모토는 단순했다.
Slow, but Steady Victory.
느려도 괜찮다.
하지만 반드시, 승리하라.

 

 

고고는 믿었다.
빠른 결과보다 중요한 건
흔들림 없이 이겨내는 길이었다.

 

SSV.
그것이 고고가 생각하는 리더의 방식이었다.

 

 

“베를린 남쪽, ASY의 공격이 예상됩니다.”

작전 참모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괜찮습니다. 그쪽은 소우주님이 막고 있습니다.”

고고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그러나 그의 손은 지휘봉을 꽉 쥐고 있었다. 연합의 균형은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전선의 경계는 실처럼 얇았고, 모든 것이 지나치게 조용했다. 조용하다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불안했다.

 

“그리고 제갈량님이… 2주째 행방불명입니다.” 

“……전사한 걸까요.”

 

고고는 조용히 창밖을 보았다. 

함께 사선을 넘어왔던 동료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은 이름이 줄어드는 그 감각. 그는 익숙해야 했지만, 결코 무뎌지지 않았다.

 

‘나도… 이제 떠날 때가 온 걸까.’

그 말이 입술 끝까지 올라왔지만, 결국 그는 삼켰다. 

연맹장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곧 모두의 운명이 되기 때문이다. 그는 단지, 다시 한 번 손에 든 지휘봉을 매만질 뿐이었다.

 

“가장 강한 명월이 있으니, 본진 수비는 어렵지 않을 겁니다.” 

“예. 무엇보다 이번에 가입한 TOV 쪽 신입들이 꽤 적극적입니다.”

“… 잘 데려왔군요.”

 

 

고고는 문데를 떠올렸다. 

동맹인 TOV의 핵심이었던 자, 거침없이 TOV를 떠나겠다고 말했던 자. 고고는 그 담담한 말투와 당돌한 확신 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기시감과 어떤 가능성을 느꼈다. 그때의 무전이 다시금 귓가에 맴돌았다.

 

* * * 

“당신이 이동한다면, TOV가 무너지지 않을까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쪽으로 이동을 원합니다.” 

“우리는 연맹원을 보호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의 기지는 스스로 지켜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위협하는 적이 많습니다.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각오하고 있습니다.”

 

콘트라베이스가 무전기를 정리하며 물었다. 

“대원수님, 받아들이실 건가요?”

 

고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성은 있었다. 하지만 판단은 언제나 신중해야 했다. 

리더란, 검증되지 않은 확신보다 조용한 의심을 오래 끌어안을 줄 알아야 한다.

 

* * *

 

고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때 느꼈던 그 예감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었다.

 

전선은 고요했고, 동맹은 안정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지금의 평온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문데. 그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변수였다. 

하지만 고고는, 그 이름 하나가 조만간 전장을 바꿀 것이란 것을 느끼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흐름. 오래된 전장을 닮은 기척.

그것은 단순한 직감이 아니라, 경험에서 비롯된 감각이었다.

 

고고는 지휘봉을 들고 조용히 일어섰다. 

폭풍이 불기 전에, 그에 맞설 준비는 이미 시작돼 있어야 한다.

 

SSV의 철학은 단순했다. 

느려도 좋다.

그러나 확실한 승리를 위해서는, 

움직여야 할 때를 결코 놓쳐선 안 된다.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