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콘트라베이스. 잃은 것과 얻은 것
콘트라베이스는 자신의 전장을 철저히 계산했고, 효율적으로 지배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상황을 읽었고, 수많은 변수들조차 무서울 만큼 정확히 예측해냈다.
그리고 다가올 전장을 대비하며, 누구보다 먼저 그 자리를 점하기 위해 완벽한 준비를 갖췄다.
자신이 치밀하게 설계한 전략이 실제로 통한다는 것을 모두에게 증명하는 일.
그것은 그에게 단순한 만족이 아니라, 중독에 가까운 쾌감이었다.
최소한의 자원, 최소한의 움직임.
그 절제된 계산으로 최대의 효율을 뽑아내는 그 순간이야말로—
그에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그는 이번에도 단 한 발의 포탄만으로 전장을 정리했고,
언제나 신입들은 반가운 존재가 아니었다.
특히, 말을 지나치게 많이 거는 신입은 더더욱.
아무리 설명해줘도 알아듣지 못하는 얼간이들은 더더더더욱.
문데.
그런데 그 녀석은 처음 본 순간부터 특이했다.
매일 하는 벙커도 이제 질릴 법 한데, 2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첫날과 동일하게 눈을 빛내며 달려든다.
작전 후에도 전술 보고서를 자발적으로 정리해서 올렸다.
처음엔 연맹에 들어오면 누구나 그러듯, ‘열심히 하네’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 녀석은,
그 다음 날도
그 다음 주도
계속해서 질문을 퍼부었다.
“이 타이밍에 추가로 병력을 넣으시는 이유는 뭔가요?”
“여기서 부대장들을 투입한게 무작위는 아니더군요. 혹시 의도하신 건가요?”
“이 전술 노트, 제가 순서를 정리해봤는데 오류가 있으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분들보다 더 시간을 들인 작전이었습니다만, 왜 저는 효율이 안 나올까요?”
귀찮았다.
하지만 무시할 수 없었다.
문데는 단순히 묻는 게 아니라,
이해하려 했고, 복기했고, 실천했다.
콘트라베이스는 어느 날 책상 위에 놓인 문데의 전술노트를 읽다가, 그가 직접 그려 넣은 화살표와 코멘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딱히 웃을 일이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그랬다.
“이런 질문, 아무도 안 하는데.”
그날, 그는 이상하리만치 그 노트가 머릿속에 오래 남았다.
결국 저녁 무렵, 문데를 따로 불렀다.
그리고서는 그를 붙잡고 한참을 이야기했다.
병기 배치의 의미부터, 전술을 분리해서 적용하는 타이밍,
연맹 내부의 기동 유형까지—
자신이 직접 연구하고 아껴온 전략을 하나하나 풀어놓았다.
분명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고 포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눈빛을 빛내며 공감하는 모습에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동안 고민해왔던 부분이 명쾌하게 풀렸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랜 시간의 전술 강의가 끝났다.
문데는 꾸벅 인사하며 물러났다.
그날 이후, 콘트라베이스는 문데의 질문 시간을 기다리게 되었다.
* * *
그리고 3주 후, 달성률 1위를 자신에게서 탈환해 낸 문데의 이름을 본 콘트라베이스는 문데를 마주치자마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 내 노하우로 감히 날 넘어서?”
“어… 죄송합니다. 원하신다면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당황하며 사과하는 문데의 모습을 보며 콘트라베이스는 도리어 머쓱해졌다.
“아니…. 그건 아니고. 잘 했다고.”
“감사합니다. 알려주신 것에 보답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화를 낼 수 없는 그 말에 콘트라베이스는 풉 웃고 말았다.
“그래. 정말 잘 했어. 그런데 너 몇 살이야?”
그 날 콘트라베이스는 1위 보너스는 놓쳤지만,
그 대신 전장에서 우정을 나눌 친구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