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장. 리마. 신뢰의 폭격
오전 5시 55분.
리마는 울리는 알람을 껐다. 손목시계를 확인한 뒤, 폭격기에 탑승했다.
“또 시작이다.”
그에게 이 일은 반복이었다. 전쟁은 새롭지 않았고, 적도 특별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 하나, 6시 정각의 폭격만은 늘 가슴을 뛰게 했다.
“6시 내폭격. 오늘도 빠지면 섭하지.”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포탄은 적의 기지를 붉게 물들였다.
정해진 시각.
폭격 발사.
타깃 명중.
현재 시각, 6시 00분 02초.
“딱 좋다. 심장 뛰는 시간.”
승리도 중요했지만, 그보다 강렬한 건 폭격이 터지는 순간의 쾌감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전쟁 속, 리마는 단 하나의 감각만을 좇았다.
적들이 모두 잠든 시각.
매일 아침 6시. 정확히 조율된 폭격의 리듬.
그건 리마의 오랜 습관이었다.
* * *
TOV 시절.
* * *
차원전이라는 큰 전투가 코앞으로 다가온 날.
전원 소집 작전회의.
리마는 조용히 화면을 켰다.
그 중심엔 문데가 있었다.
“안녕하세요. 지휘부의 문데입니다.”
한때 집결에 아무도 오지 않는다며 홀로 채팅창을 지키던 TOV의 지휘관.
이제는 수십 개의 기체를 조율하며, 수십 명에게 전략을 분배하고 있었다.
이제 그 모습은 더 이상 신입이 아니었다.
“이번에 만나는 차원은 우리보다 전력이 훨씬 강합니다.
하지만 약한 곳부터 무너뜨리면 전체 균형이 흔들립니다.
리마님, 당신의 폭격이 일주일의 전투를 지탱할 핵심이 될 거예요.”
문데는 수많은 강자들이 모인 그 자리에서 가장 먼저 리마를 지목했다.
“폭격 기회는 세 번뿐입니다. 세 명을 배치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아뇨. 리마님은 충분합니다.”
확신을 담은 목소리. 흔들림 없는 눈빛.
그 말과 그 시선에 자신의 마음은 가득 채워졌다.
‘나보다 강한 이들이 있지만, 너는 날 믿었지.’
‘그렇다면, 내가 해내야지.’
너는 그때도 날 믿었고, 지금도 그렇다.
서로의 위치는 달라졌지만,
우리가 나눈 신뢰는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
* * *
차원전.
정해진 시각.
폭격 발사.
적의 후방이 붉게 타올랐다.
현재 시각, 7시 30분 08초.
늘 6시 내폭격을 고수해온 그의 의식은
오늘 처음으로, 늦게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조용히 만족하고 있었다.
리마는 전장을 바라보며 문데를 생각했다.
“네가 이끄는 전장이라면, 굳이 6시 내폭격이 아니라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