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소렌즈. 간격을 지키는 자
93차원의 KRS 연맹장 소렌즈는 언제나 간격을 지키는 자였다.
강자들의 감정, 정치적 구도, 그 사이에서 뒤틀리는 이들의 열망까지.
그는 그것들을 읽어내되, 결코 휘말리지 않았다.
한 걸음의 거리, 그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안녕하세요. SSV의 연맹장 대리를 맡고 있는 문데입니다.”
고고의 조용한 선택에 따라, 문데는 연맹장 대리로서 동맹 전체를 소집했다.
연합회의는 그가 주도했지만,
실은 그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시험대에 올라 있었다.
“SSV 동맹 연맹들의 전투 라인을 재편하고 싶습니다.
각 연맹의 강자들이 흩어져 있고, 정예 전투단에 대한 저지선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문데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말투는 정중했지만, 그가 제안하는 것은 단순한 협력이 아니었다.
“강자들을 한 곳에 집중하고, 각 연맹의 전력을 재배치하자는 뜻입니다.”
잠시, 정적.
소렌즈는 그 정적 속에서 의미를 읽었다.
결국, 강자 중심의 통합.
SSV를 중심으로 한 재편.
그것은 힘 있는 자들의 구심점이 되겠지만,
동시에 힘 없는 이들의 해체를 의미했다.
소렌즈는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았다.
그가 그토록 지켜온 KRS의 형태가, 문데의 손에 의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는 말하지 않았다.
여전히, 그는 간격을 유지했다.
그때였다.
“무슨 개소리를 하려고 사람들을 모은 건가 했네.”
회의장의 공기를 가르는 목소리.
핸콕이었다.
TOV를 끝까지 지켰던 자.
TOV를 TOP으로 바꾸고 홀로 군림한 자.
그리고 이제는, 문데에게 모든 1위를 빼앗긴 자였다.
“넌 책임진 적이 없어, 문데. 언제나 모으기만 하지.
버려지는 사람에겐 눈길도 안 줘.
지금 와서 1위에 앉아? 사람들 모아서 연맹 재편한다고?
웃기지 마.”
문데는 입을 열지 못했다.
정면에서 들어오는 비난.
그 안에는 단순한 질투만이 아니라, 분노와 모멸이 섞여 있었다.
핸콕은 그를 노려보며 내뱉듯 말했다.
“그 입으로 무슨 협력 운운하지 마.
넌 강한 자들만 기억하니까.
넌 책임지지 않아.
넌 그냥, 제일 높은 데서 혼자 있으려는 새끼야.”
그 말 이후, 회의장은 조용해졌다.
아무도 끼어들지 않았다.
문데조차 말을 잃었다.
소렌즈는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이 회의는 설득이 아닌, 대립의 시작이었다.
* * *
그날 밤, 문데는 조용히 연락을 해왔다.
목소리는 지쳐 있었고, 어딘가 흔들리고 있었다.
“소렌즈님... 낮의 회의, 다 보셨죠.
저는 정말... 잘해보고 싶었을 뿐인데…”
소렌즈는 창밖을 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핸콕은 끝까지 그 자리에 있었던 자야.
넌 떠났고.
그가 널 미워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아.
넌 그 이유조차 모른다는 게, 그를 더 자극했겠지.”
문데는 조용히 대답했다.
“SSV에 올 땐, 모든 걸 감당할 각오였어요.
안식처를 찾으러 온 건 아니니까요.”
소렌즈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래. 살아남아. 끝까지. 설득해.
네가 맞다면, 결국 누군가는 네 옆에 설 거야.
KRS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아직은.”
문데는 작게 웃었다.
그렇게 대화는 끝났다.
문데가 떠났지만, 소렌즈는 자리를 지켰다.
창 너머 달빛은 조용히 빛났다.
밤은 깊어졌다.
“...평소라면 이런 말은 하지 않을 텐데. 나답지 않았어.”
소렌즈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간격을 지키려 했지만,
오늘은 조금 가까이 다가서버렸다.
리더는 간격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거리를 좁혀야만 들리는 소리도 있다.
그리고 누군가가 한 걸음 다가서게 만드는 것도,
리더의 자질일지 모른다.
소렌즈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달빛 아래, 고요한 창가에서.
그는 조용히 생각했다.
저 아이가 진짜 리더가 되려면
더 많은 전투와, 더 많은 고독이 필요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