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장. 에필로그. 그리고 차원의 끝
전쟁은 끝났다.
포화는 멎었다. 하늘은 다시 푸르렀다.
기지의 붕괴음 대신, 멀리서 복구 장비들의 잔잔한 작동음만이 들려왔다.
문데는 연맹 요새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때 불타오르고 폐허가 된 자리에 이제는 다시 사람들이 모였고, 건물이 올라가고 있었다.
고고는 문데를 회의실로 불렀다.
아무 말 없이, 천천히 하나의 물건을 꺼냈다.
검고 묵직한 지휘봉.
차원을 움직였던 리더의 상징.
그는 그것을 문데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이제 너다.”
문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손끝으로 전해진 무게는, 단순한 금속의 무게가 아니었다.
전장을 이끈다는 것.
그 책임을 감당한다는 것.
찬성도 반대도 없었다.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누구도 그의 자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동안의 전투, 지도, 회의. 그 모든 시간들이 이미 결정을 대신한 셈이었다.
그가 만들어낸 자리는 그가 걸어온 길이었다.
그는 이미 SSV의 리더였지만,
오늘 정식으로 고고의 지휘봉을 넘겨받았다.
그것은 단순한 역할의 승계가 아니라, 전장을 이끄는 방식이 세대를 넘어간다는 증명이었다.
KRS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소렌즈는 마지막까지 거리를 유지했고, 어떤 입장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전선이 재편되고, 병력이 이동하고, 지휘권이 통합될 때—
KRS의 주요 인원들은 말없이 SSV의 작전 테이블에 앉았다.
“명확한 선언은 없었지만, 이미 모두가 알고 있었지.”
그렇게 KRS는 소렌즈의 조용한 동의 아래 흡수되었고,
70s와 ger의 인원들은 저항 없이 SSV에 병합되었고, 각 전투라인에 새롭게 편성되었다.
핵심 인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문데의 통제 아래 움직이고 있었다.
SSV는,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문데는 기뻐하지 않았다.
그는 벽에 붙은 알림창을 바라보았다.
[곧, 93차원과 109차원이 병합됩니다.]
차원 병합.
새로운 차원의 유입. 새로운 전쟁. 새로운 질서.
톤드가 물었다.
“또 싸워야겠지? 이번엔 우리 옆에 누구를 남길지부터 생각하면서.”
문데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가,
아주 작게,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번엔, 함께 남는 전장을 만들 거야.”
그는 가만히 젬스톤을 바라봤다.
가슴 안에서 기묘한 전류가 일었다.
무거웠다.
기지 위에 새겨진 이름들과
기대와 책임이 얹힌 자리.
그 무게는, 이제 그의 일부였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강한 자’를 모으는 리더가 아니었다.
이제는—무엇을 지켜야 하는가, 그 질문이 먼저 떠올랐다.
돌아오지 않은 이름들.
아직 곁에 남은 이들의 눈빛.
그것들이 그의 등을 밀고 있었다.
선택받는 자가 아니라,
선택하는 자로서—
문데는 조용히 다짐했다.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대가를, 감당할 것이다.”
하늘은 조용했다. 하지만, 그 고요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곧, 새로운 적이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묻겠지.
“네가 이 곳의 리더인가?”
문데는 그 질문의 대답을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그래, 이제는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