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2 나의 왕, 나의 톤드
제1화. 왕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날은 정말이지 조용하고 느긋한 날이었어. 연맹 채팅도, 전장도, 농장도 평화로웠지. 누군가는 은광 채집에 집중했고, 누군가는 중대 훈련을 반복시켜두고 낮잠을 자고 있었어. 나도 오랜만에 느끼는 따듯한 햇볕 아래서 평화로움에 취해 꾸벅꾸벅 졸고 있었을 정도니까.
그러던 중, 톤드가 올린 공지를 보게 됐어.
「오늘도 모두 수고 많으십니다. 베를린 북서쪽 경계가 조금 느슨해진 것 같아서, 지나가실 일 있으실때 한 번씩만 확인해주시면 든든할 것 같아요. 언제나 늘 감사드립니다. 모두의 덕분에 행복합니다.」
나는 그걸 읽는 순간, 감동이 밀려와서 무릎을 탁 쳤지.
“와… 진짜 어쩜 이렇게 다정하게 말하지?”
분명 ‘경계하라’는 공지인데, 왜 그렇게나 격려받은 기분이 드는 건지. 그건 다정한 편지였어. 거기에 멤버들에 대한 믿음과 존중, 다정함이 모두 녹아있었지.
나는 곧바로 그 공지를 복사해, 연맹 채팅에 붙여넣고 덧붙였어.
“톤드 폐하께서 북서쪽의 위협을 조심하라 하셨다.”
톤드: ???톤드 폐하??
문데: 예스, 유어 마제스티. 톤드, 저는 당신의 뜻을 따르겠나이다
수로닌: 설정놀이의 시작입니까?🤣🤣🤣🤣
대니: 왕의 명은 곧 하늘의 명이다!
대부분 적당히 맞춰주며 웃고 넘어갔어. 하지만 나는 적당히 할 생각이 없었어. 심심했거든.
바로 연맹 회의 소집했지.
그때 난 기지부터 ‘톤드의 신하’라는 현수막 걸고 톤드가 말한 베를린 북서쪽에 배치 딱 해놨었고, 시작하면서 아주 공손하게 말했어.
“폐하, 이곳이 명하신 그 북서쪽이라 사료됩니다.”
“폐하의 뜻을 받들어, 성벽 보강을 서둘렀사옵니다.”
“미천한 것들아, 모두 폐하 곁을 사수하라!”
내 목소리가 최대한 간신배처럼 들렸어야 하는데, 적중했나봐. 톤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서는
“문데 그만해…”
“진짜 그만하라니까…”
“…그만…”
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더라고. ㅋㅋ
회의장에 그때 로디, 모해, 수로닌, 대니, 피포 있었는데, 이 녀석들이 먹잇감 놓치는 스타일은 아니잖아? 바로 지원사격 해 주더라고.
로디는 “톤드 폐하, 행상인들이 도적떼에게 털렸습니다!” 하질 않나
모해는 발빠르게 톤드 기지 주위에 ‘왕실호위대’, ‘왕실근위병’, ‘내시김문데’, ‘좌의정’, ‘우의정’이라는 이름의 장식용 보조 기지들을 쭉쭉 배치하더라고. 손 진짜 빨라.
잠깐, 방금 이상한 기지 명을 봤었던거 같은데.
대니는 손을 들고, “톤드 폐하 만세!!”
톤드가 “너네 다 이상해!”하면서
부끄러워 하는건지 우는건지 웃는건지 모르는 표정을 지었는데, 말이지. 크. 이런건 모두가 봐야 하는건데.
나는 고개를 숙이며 엄숙하게 한 마디 해 줬지.
“신하로서 폐하를 모시는 것이 저희의 의무입니다.”
크 쭉인다.
그날 밤, 톤드가 기지 방어 배치를 마무리했거든.
그거 보고 내가 또 나섰지.
“폐하의 전략은 하늘의 이치에 닿았사옵니다.”
“폐하가 계시어 오늘도 우리의 기지가 안전할지니…”
그 타이밍에 대니가 껴들더라고
“폐하, 그 곁에 계속 터지는 자가 있사옵니다. 신하라 칭하나 늘 폭발하옵니다. 위험하니 피하소서.”
내가 정색하면서 말했지.
“이 자식, 감히 톤드 폐하 앞에서 망발을…!”
대니녀석 멱살 잡을 뻔..
톤드는 한숨을 쉬더니 이마를 짚고선,
“으으… 문데, 진짜 부끄러워…” 하고 말하더라고.
너의 부끄러움은 나의 행ㅋ복ㅋㅋㅋㅋㅋ
대니 말 듣고 열받은게 쏙 치유되더라니까.
…잠깐, 톤드는 내가 부끄럽다는 뜻으로 말했던건가…?
큽… 갑자기 헷갈리네ㅠ
여하튼 난 그 뒤로도 톤드가 뭔가 말할 때마다 빠짐없이 한마디씩 보탰어.
“폐하의 말씀이니, 소신, 성심껏 따르겠사옵니다.”
톤드는 늘,
“나 왕 아님…” 하면서 눈을 가렸지만
톤드의 그런 반박 이제 아무도 듣지 않지. 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그때부터 우리 연맹엔 국왕폐하가 생겼고
톤드가 부끄러워 할 때마다 우리는 더 크게 외치지.
“톤드 폐하 만세!!!”
그러면 톤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작게 웃는다.
그게 왕의 미소라는 걸, 톤드만 모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