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3 『폭발』이라는 단어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날은 침공방어가 예정된 날이었다.
연맹 전체가 방어 준비로 떠들썩할 때, 문데는 연맹장이라는 책임감에 모두의 기지를 점검하고 있었다.
“누구 하나라도 터지면 안 됩니다. 목표는 전원 생존입니다.”
“방어부대장 설정은 했습니까? 수비 병력은 꽉 채웠습니까? 사령관 특성을 방어 특성으로 해두셨나요? 방어 탱크는 페르디난트와 크루세이더를 사용하세요.”
그는 멤버들의 기지를 직접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잔소리를 했다.
그리고 레벨이 낮은 기지에 자신의 부대를 직접 배치하기 시작했다.
동쪽엔 산악, 서쪽엔 쿠팡, 북쪽엔 러브다이브. 남쪽엔 카이피.
누군가가 “도와줘요” 한 마디라도 치면 즉시 자신의 부대를 보냈다.
총 여섯 개의 부대가 연맹원들을 보호하러 출격했다.
문데는 그것을 바라보며 전원 생존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웨이브 5. 타겟: 문데]
타겟이 자신이 되기 전까진.
아무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었다.
모두가 철옹성이라고 생각했던 1위의 기지가,
침공방어 웨이브 5라는 보잘것없는 적들의 포격에
콰콰콰쾅 소리를 내며 붕괴했다.
93차원 전투력 1위 기지는
검은 연기를 뿜으며 힘없이 불타올랐다.
[문데님이 웨이브 5의 방어에 실패했습니다.]
연맹 채팅창은 잠시 조용하다가 순식간에 물음표로 도배되었다.
“?”
“연맹장님?”
“문데?”
“형 뭐 함?”
“침공방어 중에 이동했어요? 이동하면 안되는데.”
“대장님?”
“???????????”
그 혼란의 도가니탕 속에서, 글 하나가 올라왔다.
“문데 기지에 불난다. 부대가 전부 지원가서 기지가 비었나봐.”
동시에 불나는 기지의 좌표가 공유되었고, 채팅창은 한 번 더 소란스러워졌다.
“터졌네.”
“터졌어.”
“폭발했다.”
대니가 낄낄거리며 말했다.
“앞으로 ‘폭발’이라는 단어는 금지합니다.”
“1위도 이렇게 되네…”
“문데됐다…”
문데는 잿더미 속에서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기지를 복구했고, 다짐했다.
‘다음엔 안 터진다.’
* * *
두 번째 침공방어가 시작되었다. 이번엔 달랐다.
문데는 탱크를 남겼고, 방어 병력도 정확히 세팅해두었다.
사령관 방어 특성도 완벽했다.
가장 강한 방어 탱크가 정확한 자리에 배치된 것을 확인하며,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이번엔 전원 통과다.”
그의 호기로운 장담에 연맹원들 모두가 믿음을 보냈다.
[웨이브 8. 타겟: 문데]
“올 테면 와봐라.”
문데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사건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렀다.
[적의 항공 폭격이 시작됩니다.]
하늘에서 날아드는 폭격기들.
폭격이 시작되었다.
요격 해야한다.
그.런.데.
기지에,
비행기가, 없었다.
문데는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시발.”
기지 안에 남겨뒀던 최강의 방어 탱크들은 문데와 함께 하늘을 올려다봤다.
포탄이 떨어지는 하늘은
시리도록 맑았다.
그리고,
콰콰콰콰쾅.
[문데님이 웨이브 8의 방어에 실패했습니다.]
톤드는 말없이 얼굴을 가렸고,
수로닌은 말을 잇지 못했다.
“문데……… 또….”
피포는 조용히 숫자를 셌다.
“카운트: 2. 사유: 비행기 없음.”
모해는 고구마를 팔았다.
“고구마 먹을 사람? 더 없어?”
대니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SSV에 ‘폭발’이라는 말은 금지입니다.”
오공은 웃음을 삼키며 말했다.
“문데됐다.”
통가도 물 만난 듯 외쳤다.
“문데가 문데됐다!!”
문데는 또다시 잿더미 속에 앉아,
탱크의 바퀴를 조용히 쓰다듬었다.
“왜 너는 지대공 기능이 없는 거냐…”
탱크는 말이 없었다.
* * *
그리고 세 번째의 침공방어.
이번엔 분위기가 달랐다.
문데는 시작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엔 내가 막는다. 전원 생존이다” 같은 독려도, 각 잡은 지시도 없었다.
그저 조용히 한 줄을 남겼다.
“탱크 있어요… 비행기 있습니다. 이번엔 진짜… 아마도.”
침공방어가 시작되었다.
먼저 리마가 움직였다.
이어 톤드, 모해, 수로닌. 8585
각자가 부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탱크와 항공기, 각종 병력들이 줄을 지어 이동했다.
목적지는 단 한 곳이었다.
하나,
둘,
셋,
넷…
그들은 한 기지를 빙 둘러싸고 도열했고,
어느새 그곳에는 연맹의 절반이 모여 있었다.
아무도 명령하지 않았지만,
그리고 아무도 약속한 적 없었지만 모두가 움직였다.
문데의 기지 앞에.
문데는 당황해서 말했다.
“…뭐야, 나 이번엔 진짜 준비 잘 해놨다니까.
이러지 않아도 괜찮아…”
그러자 모해가 툭 내뱉었다.
“형은, 손 많이 가는 타입이라 어쩔 수 없거든.”
톤드는 고개를 끄덕였고,
리마는 멀리서 “맞아!”라고 외쳤다.
모두가 웃었다.
문데는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가슴 한켠이 뻐근했다.
그의 기지는 무사했다.
문데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모해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저기 연기 난다.”
모두가 시선을 돌렸다.
리마 기지였다.
[리마님이 웨이브 10의 방어에 실패했습니다.]
“안 돼에에에에…”
리마의 눈물 섞인 비명 속에서 연맹원들이 한 마디씩 했다.
“터졌네.”
“터졌어.”
“폭발했다”
문데는 잠시 망설이다 한 마디 했다.
“SSV에 ‘폭발’이라는 단어는 금지되어 있습니다.”
* * *
폭발한 것은 기지였을 뿐,
변치 않는 것이 있다.
문데가 지키고자 했던 연맹의 마음,
리마가 감싸려 했던 단 한 사람의 온기.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누가, 누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덜어낼 수 있었는가—
그날, 기지 하나는 타올랐지만
그 불꽃은 조용히 누군가의 가슴을 밝혔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그 말을 조심스레 아낀다.
어쨌든—
SSV에 『폭발』이라는 단어는 금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