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 〈칸〉
그러던 어느 날.
연맹원 목록에서 낯익은 이름 하나를 발견했다.
Skycan.
ASY의 괴물.
밤마다 나를 울리던 사람.
잠들기 전에 가장 무서웠던 이름.
그 이름이, 이제는 같은 깃발 아래 있었다.
참 이상한 기분이었다.
분명 가장 무서웠던 적인데.
어쩐지 반가웠다.
곧바로 인사를 보냈다.
"스카이칸!"
"SSV에 왔구나!"
> kardeşim 😄
(형제야.)
나는 웃으며 말했다.
"너 때문에 맨날 울었어요."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고."
칸도 나도 한참을 웃었다.
> hahahaha 😄
---
참 신기한 인연이었다.
터키와 한국.
언어도 달랐고, 사는 곳도 달랐고, 얼굴도 몰랐다.
우리는 번역기를 돌리며 이야기를 나눴다.
문장은 자주 엉망이 되었고, 같은 말을 몇 번씩 다시 묻기도 했다.
그래도 신기하게 대화는 한 번도 끊기지 않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이야기했는데도 만날 때마다 반가웠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칸은 언제나 문장 끝에 웃는 이모티콘 하나를 붙였다.
번역이 엉망이 된 문장 뒤에도.
잘 자라는 인사 뒤에도.
늘 😄 하나가 따라왔다.
칸과 가까워지면서 나는 터키 친구들과 조금씩 가까워졌다.
예전에는 그저 무서운 터키 사람들이라고 뭉뚱그려 생각했다.
하지만 칸을 알고 나서는 달랐다.
모두가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장난이 많았고.
누군가는 차분하게 주변을 챙겼고.
누군가는 자존심이 세서 지기 싫어했다.
쓰는 언어만 달랐을 뿐이었다.
그렇게 나는 외국친구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색하게 인사만 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함께 농담을 주고받고,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었다.
비단 터키 친구들만이 아니었다.
어느샌가 연맹 안의 국적이 다른 친구들이 모두 내 친구가 되어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스카이칸을 '칸'이라고 불렀고,
주변 사람들도 그대로 따라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모해가 물었다.
"형, Skycan이면 '캔' 아니에요? 왜 칸이에요?"
나는 닉네임을 한참 바라보다 웃었다.
"어?"
"나 잘못 읽고 있었어?"
그 이야기를 칸에게 하자.
칸은 또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 Benim gerçek adım Gökhan 😄
(내 진짜 이름은 고칸이야.)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진짜 칸이었네."
칸도 웃으며 답했다.
> Ben adımı bildiğini sanıyordum 😄
(난 네가 내 이름을 아는 줄 알았어.)
며칠 뒤.
월드보스 순위표에는 Skykhan이라는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그걸 보고 우리는 또 한참을 웃었다.
---
시간이 흘렀다.
칸도 더 이상 접속하지 않게 되었다.
곧 다시 웃는 이모티콘과 함께 말을 걸어올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이 없는 시간은 계속 흘렀다.
콘트는 나를 강하게 만들었고.
칸은 세상을 조금 더 넓게 보게 만들었다.
둘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는 모른다.
다만.
월드보스를 공격할 때
나는 콘트처럼 움직인다.
다른 사람들과 대화할 때
나는 칸처럼 웃는다.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아직 내 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