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형님
산악형님은 사람을 먼저 챙기던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몇몇 연맹 동생들에게 간식거리를 챙겨주시는 모습을 봤다.
날짜도 아닌데 야근이라며 투덜거리던 리마.
"난 모쏠이라 기대하면 안 돼."
입버릇처럼 말하던 모해.
동생놈들이 이런저런 일로 풀이 죽어 있으면
형님은 웃으며 아이스크림 하나씩을 사주셨다.
"산악형님 최고!"
리마와 모해는 아이스크림을 물고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그 모습을 보며
'동생들을 참 잘 챙겨주시는구나.'
그냥 그 정도 감상이었다.
설마 나도 그 대상이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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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메세지가 왔다.
> 대장님.
> 네.
> 커피 한잔 하세요.
잠시 뒤 커피가 도착했다.
> 피곤하던 참이었는데 고맙습니다, 형님.
> 내가 직접 커피를 타 줄 수는 없잖아.
> 한잔 하고 일해. ^^
메세지 너머에서 형님이 웃고 계셨다.
형님이 주신 커피는 뭔가 더 맛있었다.
—
이후에도 형님은 한결같았다.
늦은 밤 연맹전을 마친 날이면 모두에게 커피가 도착했고,
한여름 날씨에 늘어져 있으면 아이스크림이 날아왔다.
누군가 지쳐 보이면 먼저 챙겼고,
신입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형님의 선물을 한 번쯤은 받아봤다.
연맹원들은 늘 웃으며 말했다.
"산악형님 또 커피 보내셨어요."
"형님, 감사합니다. 지갑 괜찮으세요?"
그러면 형님은 늘 같은 대답을 했다.
"별거 아니야."
한 번쯤 생색을 낼 법도 한데,
고맙다는 말도 바라지 않았다.
그냥 챙기고 끝이었다.
그게 형님이었다.
어느 날은 내가 농담처럼 말했다.
"형님."
"왜."
"커피 안 주셔도 되니까."
"전투력 좀 챙기셔요."
형님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
"알았어."
"이게 좀 세다고 형을 압박하네."
우리 둘 다 웃었다.
그때는 이 대화를 이렇게 오래 기억하게 될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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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렀다.
두 개의 차원이 하나로 합쳐졌다.
차원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연맹을 재편해야 했다.
인원 제한이 항상 문제였다.
새로운 사람이 오는 만큼,
누군가는 떠나야 했다.
연맹장이었던 나는 선택해야 했다.
누구를 남기고,
누구를 떠나보낼 것인가.
계속해서 명단을 고쳤다.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려고 애썼지만,
애초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 같은 건 없었다.
결국 결정을 내렸다.
> 연맹 통합으로 인해 하위 전투력자 35명은 2연맹으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동 명단에는 산악형님도 있었다.
형님에게서 메세지가 도착했다.
> 섭섭하네.
...
짧은 말이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문득 예전에 웃으며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 커피 안 주셔도 되니까.
> 전투력 좀 챙기셔요.
정한 것을 번복할 수 없었다.
그리고,
결과는 어떤 말로 꾸며도 변하지 않았다.
형님을 보낸 건,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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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한참 흐른 어느 날이었다.
문득 형님이 보내주셨던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다시 찾아봤다.
하나.
둘.
셋.
...
끝이 없었다.
아직 마시지 못한 것도 있었다.
받을 때마다 감사하다고만 했지,
몇 번이나 보내주셨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보내주셨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형님은 나만 챙긴 게 아니었다.
리마도, 모해도,
그리고 이름조차 다 적지 못할 수십 명의 연맹 동생들도,
모두 같은 커피를 받았고.
같은 아이스크림을 받았고.
같은 안부를 받았다.
계절이 여러번 바뀌는 동안에도.
형님은 늘 같은 방식으로 사람을 챙겼다.
그날 내가 형님에게 보낸 건 이동 명단이었고.
형님이 내게 남긴 건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