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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서버 SSV 이야기 두번째〈전투의 부재〉

[5555] ╬══MUNDE✧
2026-07-1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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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의 부재




연맹에서 가장 중요한 건 전투력이었다.


누구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높은 전투력은 그 사람을 판단하는 가장 쉬운 기준이었다.


전투력이 높은 사람들이 모일수록 연맹은 강해졌고,


승패 역시 그 숫자가 결정한다고 믿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전쟁에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도플라밍고는 93차원 첫 연맹인 TOV부터 함께했던 사람이었다.


참 특이한 사람이었다.


일주일이고 열흘이고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다. 


그리고 그날이면 어김없이 연맹 선물이 쏟아졌다.


전설 탱크와 비행기.


신규 장비.


새로운 부대장들.


연맹 안이 순식간에 선물상자 도착 알림으로 가득 찼다.


"도플님 오셨네."


"회장님 출근하셨다."


"오늘도 연맹선물 풍년이다."


연맹원들은 도플님이 보낸 선물을 받으며 웃었고, 나 역시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안 보였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투력은 또 한 단계 올라 있었다.


볼 때마다 숫자가 달라졌고, 그 숫자를 볼 때마다 같은 생각을 했다.


'이번 전쟁은 다르겠지.'


하지만 그 기대는 언제나 빗나갔다.


전쟁이 시작되면 도플은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이해하려 했다.


다른 일로 바쁠 수도 있었고, 하필 그날만 시간이 안 되는 걸 수도 있었다.


누구에게나 사정은 있으니까.


그래서 기다렸다.


이번에는 오겠지.


다음에는 함께하겠지.


저 정도의 투자면 언젠가는 함께 싸워 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이 지나도 바뀌는 건 전투력뿐이었다.


연맹 선물은 계속 올라왔고,


전투력은 계속 높아졌지만,


그는 끝내 전장에 오지 않았다.




93차원과 109차원의 통합으로 우리는 135차원이 되었고,


그곳에서 GEp의 일원인 유미용왕을 만났다.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부터 주변의 이야기가 심상치 않았다.


"조심해."


"엄청 독한 사람이래."


"예전 명월급이라고 하던데."


통합 당시엔 유미의 전투력이 나보다 높았다.


나는 쉽지 않은 상대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조금 긴장했지만, 한편으로는 든든했다.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강자일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유미는 내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도플은 원래 뜸했다.


유미는 언제나 있었다.


그런데도 전쟁이 시작되면 보이지 않았다.


연맹전에서도, 차원전에서도,


심지어는 차원 내의 소소한 힘 겨루기에서도


그의 이름을 보는 일은 드물었다.



바빠서 그렇겠지. 


다음엔 오겠지.


그가 말하지 않은 핑계를


내가 만들고 있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연맹전이 하나 있다.


그날은 정말 오랜만에 도플과 유미가 동시에 있었다.


연맹 분위기는 평소보다 훨씬 좋았다.


"오늘은 든든하네."


"최강 SSV 간다."


나 역시 오랜만에 편안한 전투를 기대하고 있었다.


전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미의 기지에 불이 붙었다.


"도플님, 유미님 지원 좀 부탁드립니다."


지원이 전혀 되지 않자, 나는 도플을 찾았다.


"도플님 어디 가셨어요?"


"나갔습니다."


"...유미님은?"


"아까 불나자마자 나갔습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연맹창에 한 줄을 남겼다.


> 너네 뭐하냐?


모두들 허탈하게 웃었다.


나도 같이 허탈하게 웃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은 끝까지 버티고 있었다.


누군가는 병력을 채우고, 누군가는 지원을 이어 가며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우리는 그 연맹전에서 힘겹게 승리했다.


하지만 승리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은 건.


기대했던 두 사람이 함께 싸우지 않았다는 실망감이었다.




결국 나는 도플과 유미.


두 사람 모두를 GEp로 보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솔직히 아까웠다.


저 전투력이 우리 편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혹시 다음 전쟁에는 달라지지 않을까.


끝까지 기대했다.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결국 그대로였다.


어쩔 수 없었다.


이후로도 사람들은 자주 물었다.


"왜 저 사람들을 1연맹으로 안 데려와요? 쎈데?"


누가 봐도 전투력은 최상위였으니까.


하지만 그들을 겪고 난 뒤 내가 보는 기준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전투력은 숫자로 보였다.


참여는 사람으로 보였다.



집결을 열었을 때.


"저 갑니다."


짧은 한마디를 남기고 들어오는 사람이 내게는 훨씬 크게 보였다.



전쟁에 오지 않는 숫자는 허수였다.


결국 매칭만 어렵게 만들 뿐이었다.


승리를 가져오는 건 숫자가 아니라,


끝까지 남아 싸우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