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패차무식
콘트가 떠난 뒤에도 연맹은 평소처럼 돌아갔다.
두 시간마다 정예 집결령은 올라왔고,
베를린 전투도,
차원전도,
겉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한 사람이 빠진 자리는 생각보다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는 걸.
콘트가 비운 자리만큼 내 어깨는 조금 더 무거워졌다.
돌이켜 보면, 차무식이 본격적으로 엑셀을 밟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었다.
"대장님."
누군가 나를 불렀다.
"네."
"또 시작했습니다."
"누가요?"
"차무식님이요."
나는 피식 웃으며 물었다.
"또요? 이번에는 뭘 했는데요?"
잠깐 정적이 흘렀다.
"일단... UFS 작살 내고 있습니다."
"이유는요?"
"욕먹었답니다."
"...그래서요?"
"UFS 관련된 하위 동맹들까지 다 잡고 있습니다."
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형은 진짜..."
분쟁지역으로 시선을 옮겼다. 주변은 이미 새빨갛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미쳤냐?!"
"혼자 뭐 하는 거냐!"
"잡아!!!"
고함과 포격, 총성이 쉼 없이 이어지는 전장 한가운데에 차무식이 있었다.
전투력은 20위.
객관적으로 보면 차원 전체를 뒤흔들 만한 전투력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차무식 한 사람 때문에 적 스무 명이 한곳에 모여 있었다.
일부는 보호막을 쓰고 있었고, 여기저기 흩어진 기지들이 불타고 있었다.
나는 전황을 보며 중얼거렸다.
"오늘도 신나게 한 판 하시는군."
메세지를 보냈다.
> 무식형님.
잠시 뒤 답장이 왔다.
> 네.
> UFS 놈들은 다 도망갔고 얼추 다 잡으신 것 같은데 슬슬 복귀하시죠.
몇 초 동안 답이 없었다.
잠시 후 한 줄이 올라왔다.
> 한 놈만 더 잡겠습니다.
나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한 놈만 더.'
그 말이 지켜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십 분이 지나도 싸우고 있었고,
삼십 분이 지나도 여전히 싸우고 있었다.
결국 내가 직접 그의 옆으로 이동했다.
"형님."
"오셨네요."
"제가 낄 필요도 없어 보이네요. 이제 들어가요."
"알겠습니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옆에 있던 적 하나를 날려버렸다.
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형. 알겠다는 말은 행동으로도 좀 보여주세요."
상황을 지켜보던 연맹원들은 너도나도 웃었다.
차무식도 웃으며 말했다.
"미안."
그 한마디면 마음이 풀렸다.
"형님."
"네."
"이번에 UFS말고 하위 연맹들까지 전부 공격하신 건... 왜 그렇게까지 하셨어요?"
차무식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심심해서요."
"거짓말."
"들켰네요."
"진짜 이유가 뭐예요?"
그는 더 설명하지 않았다.
그래도 굳이 캐묻지는 않았다.
차무식이 아무 이유 없이 움직이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으니까.
그는 전투를 좋아했다.
갑자기 연맹 마크를 떼고 혼자 돌아다니며 동맹들을 공격하기도 했고, 덕분에 외교가 꼬이는 일도 적지 않았다.
문제아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를 설명할 수 없었다.
새벽 세 시.
적들이 몰려오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사람은 차무식이었다.
아침 일곱 시.
정예가 뜨면 제일 먼저 집결하는 사람도 차무식이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언제나 망설임 없이 적을 향해 가장 먼저 총구를 겨눴고,
언제나 가장 앞에서 버티고 있었다.
그는 분명 연맹의 가장 큰 힘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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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은 연맹에서 MBTI 이야기가 나왔다.
누군가가 검사 결과를 올리자 사람들은 하나둘 자기 유형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때 차무식이 갑자기 내게 물었다.
"문데님은 MBTI 뭐예요?"
"INTJ요."
그러자 차무식이 웃었다.
"아닌데요."
"뭐가요?"
"문데님 E예요."
"아니라니까요."
"맞습니다."
"나 10년째 INTJ만 나오는데요?"
"그 검사 틀렸어요."
나는 황당해서 웃었다.
"형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차무식은 자신 있다는 듯 말했다.
"저 사람 보는 건 좀 합니다."
그리고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말을 이었다.
"사람 너무 좋아하고."
"..."
"맨날 사람 붙잡고."
"..."
"누가 나간다 그러면 끝까지 설득하고."
"..."
"사람 때문에 웃고."
"..."
"사람 때문에 울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괜히 헛기침만 한 번 했다.
몇 마디 안 되는 말이었는데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며칠 뒤.
심심해서 다시 검사를 해봤다.
결과는 E였다.
나는 결과 창을 한참 바라보다가 차무식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 형님.
> 형님 말이 정말 맞았네요.
잠시 뒤 답장이 왔다.
> 거 봐요.
> 나 사람 잘 본다니까.
"...무식형님."
"네."
"기분 나쁩니다."
차무식은 한참을 웃었다.
나도 결국 따라 웃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나 자신을 조금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내가 숨기고 싶었던 모습도,
내가 애써 부정하던 모습도,
결국은 나였다.
사람을 붙잡고.
사람 때문에 웃고.
사람 때문에 무너지는 사람.
차무식은 나보다 먼저 그걸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