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머신
연맹을 운영하면서 가장 싫어했던 말이 하나 있었다.
"몰랐어요."
처음에는 이해했다.
사람은 바쁘다.
가끔은 놓친다.
그래서 같은 공지를 다시 올렸다.
그래도 누군가는 말했다.
"몰랐어요."
...
특수기갑부대 집결에서 이상한 일이 계속 생겼다.
전형님이 말했다.
"특기 집결 손실이 자꾸 나네요."
"누구지?"
S2, S3 특기는 리더가 탱크만 제대로 설정하면 참여자는 어떤 병력을 보내도 무손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병력들이 계속 죽고 있었다.
SSV는 특기 집결을 하루 이틀 하는 연맹이 아니었다.
탱크 레시피 숙지는 필수였다.
범인은 집결을 걸고 있던 셋 중 하나였다.
전형님이 먼저 나를 바라봤다.
"문데, 너야?"
"아니요."
"저는 T28이 첫 탱크입니다."
"결백합니다."
"확인 완료."
"통과."
다음.
전형님이 스타에게 물었다.
"스타체인저."
"탱크 확인 좀 하겠습니다."
"저는 레오파드 씁니다."
"확인 완료."
"통과."
이제 한 명 남았다.
탱크 구성을 확인하던 전형님이 웃었다.
"잡았다."
"요 녀석."
크자드리는 크루세이더를 첫 탱크로 사용하고 있었다.
크자드리가 억울해하며 말했다.
"하지만..."
"제 병력은 하나도 안 죽고 있는데요?"
나는 말했다.
"크자드리."
"T28, 레오파드처럼 전체 공격 탱크를 첫 번째로 써야 참여자 손실이 없어."
"너는 주력만 수동 편성하니까 그런거야."
"다른 사람들 병력은 계속 죽고 있어."
크자드리는 머쓱하게 웃었다.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공지했는데..."
...
그때 확신했다.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놓친다.
그리고 한 번 놓친 공지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일부러 잘못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대부분은 악의가 아니라, 그냥 몰랐을 뿐이었다.
연맹 공지 게시판과 우편만으로는 부족했다.
연맹창 공지는 대화가 많으면 금세 밀려버렸다.
그래서 공지 전용 방을 만들었다.
모두를 초대했다.
외부 채널에도 같은 내용을 올렸다.
이제 누구든 적어도 한 번은 공지를 보게 될 것이다.
다섯 개의 공지 루트를 모두 놓치기는 쉽지 않을 테니까.
이 정도면 다들 보겠지.
공지는 써도 써도 끝이 없었다.
공략을 위한 탱크 레시피도.
베를린도.
차원전도.
크고 작은 이벤트들도.
몰라도 되는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집결은 몇 분만 늦어도 끝났다.
이벤트를 한 번 놓치면 보상은 없었고,
실수 한 번이면 누군가는 피해를 입었다.
그런 것들이 쌓이면 연맹 전체의 성장 차이로 이어졌다.
그래서 나는 할 말이 너무 많았다.
"알아서 찾아보세요."
라는 말 대신,
무엇을 하는지.
언제 하는지.
뭘 챙겨야 하는지.
보상이 뭔지.
전부 자세히 적었다.
오역이 걱정되어 영어 공지는 물론 UTC까지 함께 적었다.
빠지면 안 되는 내용이 너무 많았다.
집결 리더 한 명이 비면 다른 사람이 해야 했고,
누군가 오지 않으면 모두에게 그만큼의 부담이 더해졌다.
하지만 모두가 제시간에 모여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 알고 있어도,
모든 것이 훨씬 쉬워졌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탓하기보다,
실수할 가능성을 줄이는 쪽을 선택했다.
연맹원들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누구나 바쁠 수 있고.
누구나 잊을 수 있다는 걸 믿었다.
그래서 기억이 아닌 시스템에 맡겼다.
누구라도.
언제라도.
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모두가 더 쉽게 같은 기준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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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웃었다.
"공지 올라왔다."
"우편도 왔네."
"색깔도 넣었어."
"영어 버전도 있네."
"UTC까지 적혀 있네."
스타가 물었다.
"패트론."
"지난주 공지를 왜 또 올려요?"
나는 대답했다.
"중요하니까, 한번 더 봐."
누군가 농담처럼 말했다.
"SSV 공지는 피할 수가 없다."
맞는 말이었다.
도망갈 곳이 없게 만들었다.
사실 고백하자면,
안 보는 것 같은 사람은 개인 면담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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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자 모두들 익숙해졌다.
다들 접속하면 공지부터 읽었다.
누가 물으면 내가 대답하기 전에 누군가 먼저 말했다.
"공지 봐."
"영어 버전에 UTC도 다 적혀 있어."
언제부터인가 연맹 전체가 같은 기준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도 잊을만 하면 누군가 한 번씩 말했다.
"몰랐어요."
...
그때마다 언제나 같은 생각을 했다.
'다섯 번도 부족했나.'
그리고 다음 공지는
조금 더 자세해졌다.
조금 더 친절해졌고.
조금 더 많이 올라갔다.
아마 내가 SSV에서 가장 많이 생산한 자원은
석유도.
철도.
은도 아니었을 것이다.
공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