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은 형이지
93차원 시절부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단 하나의 사실만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이유가 단순했다.
오래 볼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잠시 심심함을 달래다 스쳐 갈 인연.
우리들의 관계는 그 정도면 충분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93차원은 135차원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단지 스쳐 갈 줄 알았던 사람들이
여전히 내 곁에 있었다.
함께 싸웠다.
베를린도.
차원전도.
침공도.
매일을 함께했다.
가족들에게도 말 못할 이야기를 편하게 털어놨다.
사소한 고민이나 시시콜콜한 일상도 공유했다.
더이상 스칠 뿐인 사람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 철칙은 그대로였다.
긴 시간이 흘러도 말할순 없었다.
그럴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쉽게 단정했다.
편견은 늘 그 뒤를 따라왔고,
그 끝에는 어김없이 음습한 말들이 남았다.
그래서였다.
모든 것에 솔직했지만, 단 하나만은 감출 수 밖에 없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언제나 형님이라고 불렀다.
내 연인을 이야기할 때도 늘 '내 천사님'이라고 불렀다.
언제나 의도된 모호한 표현을 썼다.
나는 군대 이야기와 전략 이야기를 좋아했다.
누구보다도 이 세계를 즐겼다.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나를 남자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것을 한 번도 정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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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이었다.
MBTI 이야기가 나왔다.
서로의 성격을 이야기하고,
웃고 떠들었다.
누군가는 내가 10년간 전혀 몰랐던 나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정말이었다.
나보다 나를 잘 알고 있었다.
문득 욕심이 생겼다.
이 사람들에게만큼은 감추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쉽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숨겼던 시간은
결국 속였던 시간이라고 받아들일까 두려웠다.
그동안 쌓아온 관계가 무너질까 두려웠다.
그래서 쉽게 말할 수 없었다.
몇 번이나 말을 삼켰다.
하지만 한 번 생긴 욕심은 내 안에서 점점 커졌고
어느날 밤,
결국 나는 입을 열었다.
"사실 저 여자입니다."
시끄럽던 방 안이 조용해졌다.
어색한 적막이 흘렀다.
괜히 말했나.
침묵이 길어질수록 후회가 밀려들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 몇 초가 영원처럼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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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입을 연 건 소문형님이었다.
"그래서?"
곧이어 리마가 말했다.
"저는 누님도 좋습니다."
모해도 한마디 덧붙였다.
"형은 형이지."
그리고 곧바로 평소와 다름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대장, 오늘 공지 아직 안 올라왔어요."
"연맹전 몇 시였죠?"
"오늘 아일랜드 가도 돼요?"
...
끝이었다.
그렇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호들갑을 떠는 사람도 없었다.
놀리는 사람도 없었다.
실망했다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분명 놀랐을 것이다.
그런데도 신기할 만큼 아무도 내색하지 않았다.
나는 평소처럼 공지를 올렸고.
평소처럼 연맹전을 갔고.
평소처럼 함께 싸웠다.
농담도 웃음도 핀잔도 호칭도.
모든 것이 거짓말처럼 거기 그대로였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들에게 나는 여자도.
남자도 아니었다.
성별에 의미를 둔 것은 나뿐이었다.
그저 대장이었고.
그저 문데였다.
그래.
나는 그냥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