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새끼
술잔이 몇 순배 돌았을까.
안주도 반쯤 사라졌을 무렵이었다.
누군가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야."
"우리 서버에 제일 이상한 새끼 있잖아."
"누구? 너?"
"시발아. ㅋㅋㅋ"
"욕 존나 하는 새끼지?"
"맞아."
"욕쟁이면 하나뿐이긴 하네. ㅋㅋㅋ"
"접속하면 첫마디가 맨날."
"오늘도 뽑기 졸라 안 되네."
"정답."
"ㅋㅋㅋㅋㅋㅋ"
"안 된다면서 맨날 뽑아."
"돈 쓴 무과금이라고 징징거리잖아."
"걔나 나나 똑같지 뭐."
"새끼야."
"너는 돈 좀 쓰고."
"ㅋㅋㅋㅋㅋㅋ"
"근데 연맹 상자 올라오는 거 보면 꽤 쓰는 거 아니냐?"
"아냐."
"결국 하나도 안 떠서 무과금 동급이래."
"그러니까."
"나랑 동급."
순간 술집이 웃음바다가 됐다.
"미친 새끼."
"그게 무슨 논리냐."
"결과가 없잖아."
"그러니까 무과금."
"채팅도 존나 치잖아."
"어디든 창 열면 걔 말밖에 안 보여."
"맞아."
"한 번은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하더라고."
"그런 적이 있었나?"
"내가 실수로 걔 차단했더라."
"ㅋㅋㅋㅋㅋㅋ"
"조용하니까 진짜 이상하더라."
"더 웃긴 건."
"가끔 자기를 차단한 것도 알아."
"시스템상 모르잖아."
"그러니까."
"갑자기 다른 사람한테 연락 오더라."
"야, 너 차단 좀 풀라고 전해주래. 하고."
"시발, 소름."
"귀신이냐."
누군가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맨날 나한테 담배 끊으라고 지랄하잖아."
"지도 꼴초잖어?"
"들어봐."
"그러고선."
"형, 나 한 대 피고올게. 하고 사라짐."
"내로남불 끝판왕이네."
"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새끼 되게 단순하지 않냐?"
"맞아."
"기분 좋으면 혼자 신나 있고."
"삐지면 삐진 티 다 나고."
"욕은 드럽게 하는데. 속이 너무 보여."
"계산하는 놈은 아니지."
"뒤끝은?"
"존나 심하지."
"근데 또."
"지가 먼저 와서 말 걸어."
"병신이지."
"ㅋㅋㅋㅋㅋㅋ"
술잔이 다시 한 번 부딪혔다.
"생각해 보니까."
"뭐."
"그 새끼 서버 1등이잖아."
"맞네."
"욕 1등."
"채팅 1등."
"접속 1등."
"잔소리 전투력 월드 1등."
"공지도 하루에 다섯 번씩 올리고."
"참 쓸데없이 부지런한 새끼야."
"ㅋㅋㅋㅋㅋㅋ"
"누가 싸우면."
"몇 시간씩 붙잡고 앉아 있잖아."
"별 오지랖을 다 떨지."
"나라면 그냥 다 꺼지라고 했을 텐데."
"그정도면 변태아냐? 가끔 즐기는 거 같던데."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근데."
"그 새끼 없으면."
"너무 조용해."
"...그렇긴 해."
"시끄러워서 짜증 날 때도 있는데."
"없으면 허전하긴 하지."
"슬슬 올 때 안됐나?"
그때였다.
술집 문이 열렸다.
누군가 뒤를 돌아보고 손을 번쩍 들었다.
"야! 여기야!"
"왔다!"
"늦었잖아."
"어휴, 길 엄청 막히네."
"왔냐?"
"호랑이 새끼."
"귀신같이 오네."
늦게 도착한 사람이 다가오며 피식 웃었다.
"뭐야."
"또 내 욕했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왔으면 잔부터 받아."
"아, 차 가져와서 술은 좀."
"까고 있네."
잔을 받아 든 그 사람은 자리에 털썩 앉으며 주머니를 뒤적였다.
"..."
"담배 있냐?"
"오자마자 담배부터 찾는 새끼네."
"ㅋㅋㅋㅋㅋㅋ"
"한 개만."
"문데야. 담배 좀 끊어."
"일단 한대 피고 와서 생각해볼게."
웃음소리와 함께 술잔이 다시 부딪혔다.
그날도 밤은 깊어갔다.